투자노트

다우가 3% 오른 다음 날 코스피는 5.3% 빠졌습니다, 미국 중간선거가 한국 반도체를 때린 방식

용트림 ·

다우가 3% 오른 다음 날 코스피는 5.3% 빠졌습니다, 미국 중간선거가 한국 반도체를 때린 방식

3분 요약

  • 11월 3일(미국 시간)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원과 하원을 모두 가져갔습니다(로이터).
  • 다음 날 뉴욕 증시는 크게 올랐습니다. 다우지수 +3.03%, S&P500 +1.58%, 나스닥 +1.44%. 그런데 같은 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3.13%, 데이터센터 건설·전력 관련주는 많게는 20% 넘게 급락했습니다.
  • 오른 쪽은 AI에 돈을 쓰는 회사(마이크로소프트 +6.7%, 아마존 +6.1%)였고, 빠진 쪽은 그 돈을 받는 회사(반도체, 전력, 냉각, 건설)였습니다.
  • 코스피는 받는 쪽에 몰려 있습니다. 10월 평균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회사가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의 51.72%를 차지합니다(금융투자협회).
  • 11월 5일 코스피는 5,383.80(-5.28%)으로 마감했습니다. 삼성전자는 -7.57%, SK하이닉스는 -9.46%였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 3,928억원을 순매도했습니다.
  • 다만 반도체와 코스피는 선거 전부터 이미 빠지고 있었습니다. 10월 1일부터 11월 4일까지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20.0%, 코스피는 -18.5%였습니다(계산값). 선거가 방향을 만든 것이 아니라, 이미 약해진 흐름에 이유를 하나 더한 것에 가깝습니다.

1. 시간 순서로 보면

미국과 한국은 시차가 있어서, 같은 뉴스가 두 시장에 하루씩 엇갈려 반영됐습니다.

시각(한국 기준)시장무슨 일이 있었나
11월 4일 낮한국 정규장미국 개표 진행 중. 코스피는 장중 5,421.72까지 밀렸다가 0.62% 오른 5,683.80으로 마감. 2차전지·태양광 급등
11월 4일 밤~5일 새벽미국 정규장민주당 상·하원 장악 확인. 다우 +3.03%, 반도체지수 -3.13%, 데이터센터·전력 관련주 급락
11월 5일 낮한국 정규장반도체 대형주 급락. 오전 10시 16분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 오후 2시 27분 코스닥 매도 사이드카 발동. 코스피 -5.28%, 코스닥 -5.11%

11월 4일 한국 장에서는 결과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반도체 대형주의 움직임도 크지 않았습니다(삼성전자 -0.68%, SK하이닉스 -0.14%). 한국 반도체가 크게 빠진 날은 미국 시장이 결과를 소화한 다음인 5일입니다.

5일의 -5.28%는 1997년 이후 코스피가 하루 5% 넘게 빠진 84번째 날이고, 올해만 22번째입니다(계산값). 과거 급락 뒤 지수가 어떻게 움직였는지는 코스피가 하루 5% 넘게 빠진 날들을 따라가 본 글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2. 미국 안에서도 정반대로 갈렸다

11월 4일 미국 주요 종목과 지수 등락률. 마이크로소프트 +6.7%, 아마존 +6.1%, 알파벳 +3.2%, 다우 +3.0%, S&P500 +1.6%, 나스닥 +1.4%, 태양광 ETF +5.7%. 엔비디아 -3.2%,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3.1%, SK하이닉스 ADR -5.1%, 마이크론 -7.0%, 콘스텔레이션 -6.7%, GE버노바 -9.3%, 이튼 -9.9%, 코어위브 -9.9%, 버티브 -12.9%, 비스트라 -13.8%, 스털링 -21.5%

지수만 보면 선거를 반긴 날이지만, 업종별로 보면 그림이 전혀 다릅니다.

  • 오른 쪽: 마이크로소프트(+6.7%), 아마존(+6.1%), 알파벳(+3.2%). AI 데이터센터에 가장 많은 돈을 쓰는 회사들입니다. 태양광 ETF(+5.7%)와 퍼스트솔라(+4.6%)도 올랐습니다.
  • 빠진 쪽: 그 투자를 매출로 받는 회사들입니다. 반도체(엔비디아 -3.2%, 마이크론 -7.0%), 전력 회사(비스트라 -13.8%, 콘스텔레이션 -6.7%), 전력·냉각 장비(GE버노바 -9.3%, 이튼 -9.9%, 버티브 -12.9%), 데이터센터 건설(스털링 -21.5%, 컴포트시스템즈 -15.1%)과 운영사(코어위브 -9.9%).

로이터는 데이터센터가 몰린 텍사스와 조지아에서도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고, 민주당 의회가 AI 투자 붐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면 투자 속도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고 전했습니다. 같은 기사에서 애널리스트들은 입법만으로 데이터센터 건설을 크게 멈추기는 어렵다고 보면서도, 청문회와 조사가 늘어날 가능성은 높아졌다고 평가했습니다.

돈을 쓰는 회사의 주가가 오른 이유를 회사나 시장이 공식적으로 설명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투자 속도가 느려지면 쓰는 쪽은 비용이 줄고, 받는 쪽은 매출 전망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두 그룹이 정반대로 움직인 것은 같은 이야기의 앞뒷면으로 읽힙니다. 이 부분은 해석입니다.

3. 코스피는 '받는 쪽'에 몰려 있다

2026년 10월 평균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비중. 삼성전자 보통주 27.57%, 우선주 2.88%, SK하이닉스 21.27%, 나머지 전 종목 48.28%. 두 회사 합계 51.72%

금융투자협회가 11월 2일 공지한 10월 평균 시가총액 비중은 삼성전자 30.45%(보통주 27.57% + 우선주 2.88%), SK하이닉스 21.27%입니다. 두 회사가 유가증권시장 전체의 51.72%입니다.

두 회사는 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메모리, 특히 HBM의 주요 공급사입니다. 미국에서 '받는 쪽'이 빠지면 코스피 절반이 같은 방향을 향하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미국 시장에서 거래되는 SK하이닉스 ADR(SKHY)은 11월 4일 -5.12%, 한국 주식 ETF(EWY)는 -1.90%로, 다음 날 한국 장을 미리 보여줬습니다.

11월 4일과 5일 한국 주요 종목 등락률. 4일 한화솔루션 +18.6%, 삼성SDI +11.6%, 에코프로비엠 +11.0%, 씨에스윈드 +7.6%, LG에너지솔루션 +5.0%, 효성중공업 +4.0%, LS ELECTRIC -0.5%, HD현대일렉트릭 -0.1%, 삼성전자 -0.7%, SK하이닉스 -0.1%. 5일 한화솔루션 -3.7%, 삼성SDI -6.6%, 에코프로비엠 -7.7%, 씨에스윈드 +6.3%, LG에너지솔루션 -2.5%, 효성중공업 -12.6%, LS ELECTRIC -13.9%, HD현대일렉트릭 -8.4%, 삼성전자 -7.6%, SK하이닉스 -9.5%

11월 4일과 5일, 한국 종목은 날마다 다른 이유로 움직였습니다. 4일에는 민주당 의회의 수혜주로 거론된 2차전지·친환경 종목이 급등했습니다. 한화솔루션 +18.64%, 삼성SDI +11.57%, 에코프로비엠 +10.96%, 씨에스윈드 +7.59%가 올랐습니다. 5일에는 방향이 바뀌어 삼성전자 -7.57%, SK하이닉스 -9.46%가 지수를 끌어내렸고, 전날 오른 2차전지도 대부분 되돌렸습니다(삼성SDI -6.61%, 에코프로비엠 -7.72%). 위 종목 가운데 이틀 연속 오른 것은 씨에스윈드(+6.27%)뿐입니다.

수급을 보면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 3,928억원을 순매도했고, 개인(2조 2,722억원)과 기관(8,457억원)이 받아냈습니다. 외국인은 전날(4일)에도 2조 5,084억원을 순매도했습니다. 외국인의 매도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됐다는 것이 공통된 보도입니다.

한국 전력기기주는 4일에는 거의 움직이지 않았습니다(HD현대일렉트릭 -0.11%, LS ELECTRIC -0.53%, 효성중공업 +3.96%). 미국에서 같은 업종인 GE버노바와 이튼이 9%대 빠진 뒤인 5일에는 LS ELECTRIC -13.87%, 효성중공업 -12.59%, HD현대일렉트릭 -8.44%로 크게 밀렸습니다.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한국 전력기기 회사들의 대표적인 성장 논리였기 때문에, 미국에서 그 수요가 흔들린다는 신호에 같은 방향으로 반응한 것으로 보입니다.

4. 선거 전부터 이미 빠지고 있었다

10월 1일을 100으로 맞춘 코스피와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선거 전부터 하락세였고 11월 4일 기준 코스피 -18.5%, 반도체지수 -20.0%

선거 하나로 이번 하락을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10월 1일부터 11월 4일까지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20.0%, 코스피는 18.5% 내렸습니다. 11월 5일까지 넣으면 코스피는 22.8% 하락입니다(계산값). 선거일까지 4거래일(10월 28일 종가→11월 3일 종가)만 봐도 반도체지수는 9.3%, 코스피는 6.0% 빠졌습니다(계산값). 로이터는 나스닥100이 선거 전날인 11월 2일 이미 기술적 조정(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에 들어갔다고 전했습니다. 나스닥100의 11월 2일 종가 27,989.82는 10월 6일 종가 31,224.47보다 10.4% 낮았습니다(계산값).

시장은 이미 "AI에 쓰는 돈이 너무 많은데 수익은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는 걱정으로 흔들리고 있었고(로이터), 선거 결과는 그 걱정에 정치적 이유를 하나 더 얹었습니다.

5. 앞으로 볼 숫자

  • 빅테크의 설비투자 계획: 한국 반도체의 매출은 결국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알파벳, 메타가 데이터센터에 쓰는 돈에서 나옵니다. 선거 다음 날 이 회사들의 주가는 올랐지만, 투자 계획을 바꾼다고 밝힌 회사는 아직 없습니다. 다음 실적 발표에서 내놓는 설비투자 전망이 선거 결과보다 직접적인 숫자입니다.
  • 새 의회의 일정: 새 의회는 2027년 1월 출범합니다. 그 전까지는 실제 법안이나 청문회가 아니라 '가능성'에 대한 반응입니다.
  • 외국인 수급: 외국인은 11월 5일까지 5거래일 연속 순매도했습니다. 코스피 절반이 두 종목인 시장에서 외국인 반도체 매도는 지수에 그대로 반영됩니다.

정리

같은 선거 결과를 두고 미국 지수는 오르고 코스피는 빠졌습니다. 이상해 보이지만 숫자로 보면 일관된 반응입니다. 시장은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느려질 가능성을 가격에 넣었고, 그 투자를 쓰는 쪽은 올랐고 받는 쪽은 빠졌습니다. 코스피는 시가총액 절반이 받는 쪽인 두 회사입니다.

다만 이번 하락의 상당 부분은 선거 전부터 진행 중이었고, 정책은 아직 하나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선거 다음 날의 주가보다 빅테크가 실제로 쓰는 돈이 한국 반도체에는 더 중요한 숫자입니다.

※ 이 글은 투자 권유가 아니며, 숫자는 작성 시점의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등락률은 Yahoo Finance 종가로 계산했습니다.